탁마_旅/`17.11 Osaka

11. 20. 월요일 여행일지(6) - 무린안

주인 탁마 2018. 3. 20. 23:10

(내려가던 길에 있던 안내판. 이동경로하고는 상관 없다.)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라 수월하게 갈 수 있다.

단, 관광버스가 많이 지나다녀 통행에 약간 불편함이 있다.



(걸어서 9분 정도라는데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무린안(無鄰蓭).

메이지 정부 때의 모 관료가 늘그막에 조용히 살고 싶어서 지은 별장이라나.

'이웃 없는 암자'라는 이름답게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다. 

특히 입구가 으슥한 골목쪽으로 나 있어서 뭔가 분위기가 더 조용하다.


입장료는 410엔.

한국어 팸플릿이 없는, 때묻지 않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입구에 있는 나무 대문 높이가 낮아서

키 작은 나도 고개를 숙여서 들어갈 정도였다.

'이거 정말 제대로 온 거 맞어?'라고 생각이 들 때쯤

무린안의 정원이 나타났다.


아담한 규모의 정원인데 너무 잘 꾸며놨다.

이런 야트막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정원은 참 오랜만이다.

낮은 전통식 가옥과 옆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양관(洋館)이 절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하고,

분위기가 절로 고즈넉해지는 느낌이다.

5분 정도면 정원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다.


무린안에서 올려다 찍은 하늘.

이 하늘에서 딱 결정이 났다.

'아, 이번 여행 최고의 장소는 무린안이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무린안에 얽힌 역사적 배경.

위 사진은 아까 말한 양관의 내부 사진인데,

저 테이블에서 '러일전쟁'의 결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제국주의로 무장하고 아시아를 집어삼키려던 당시 일본의 야욕이 한껏 드러난 곳이라 하겠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결국 우리나라는 강점의 시간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잘 꾸며놓은 곳에서 비극적인 역사의 실마리가 일어났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갈때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무린안 표지판.

나무인데다 물까지 흠뻑 먹어서 아주 알아보기가 엉망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깨알같이 한국어 안내문도 써있다.


어쨌든

교토에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장소였던 무린안까지 보고 나왔다.

사실 원래는 그냥 바로 야사카 신사로 가려고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남기도 했고, 거리도 애매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가볼만한 곳도 하나 더 있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