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7. 토요일 여행일지(1) - 김해-나리타(제주항공), 스카이액세스 특급
요번 여행은 해운대 사는 친구나 경남 저 멀리 사는 나나
아침 비행기를 쉬이 맞춰 타고 가지를 못할 것 같아서
아예 부산에서 1박을 하고 공항으로 일찍 떠나기로 했다.
사상역 근처의 숙소에서 1박을 하고 난 뒤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4일간은 한식 못 먹을테니 한식다운 거 먹자면서 고른 곳은
친구가 '인생국밥'이라고까지 말한 합천일류돼지국밥.
부산에 갈때마다 사상역에 이 가게 광고를 달아놓은 걸 보면서
여기가 그렇게 맛집인가 의아했는데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벌써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단순히 광고로 밀어붙이기만 한 건 아닌가보다 싶었다.
국밥 가격이 오히려 우리동네보다 쌌다.
역시 원조 동네라 좀 싸게 먹을 수 있는 건가..
순대국밥으로 시켰다. 친구가 곱배기 시키려는 걸 막았다.
아침도 안 먹는다는 친구놈이 을매나 신이 났던지.
사실 토렴해서 주는 국밥은 처음이었다. 다른 동네는 거의 공기밥을 따로 주거든..
국물 자체가 잡내가 없는 것도 희한했지만, 다진 마늘과 양념이 한 숟갈 들어가 있는 걸 보면서
확실히 돼지 잡내를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엿보였다.
순대가 내 스타일이라 더더욱 맘에 들었다.
본토의 야성미(?)를 내심 기대했는데, 오히려 내공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친구가 그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있었다. 맛있었다.
원래 공항갈때는 터미널에서 바로 사상역으로 갔지만
요번에는 중간에 국밥집을 들렀다가서 괘법르네시떼역으로 걸어가는게 더 가까웠다.
캐리어 질질 끌면서 이동. 한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경전철 탈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괴랄한 역명이다.. 타게 되면 꼭 안내 음성을 들어보시길..
여행에서 제일 설레는 순간. 경전철 타고 낙동강 지나가는 순간.
이젠 뭐 눈감고도 가는 3번 게이트.
데이터는 둘이 가는 거라 유심을 할까하다가 그래도 와파가 낫겠다 싶었다.
발품을 팔아보면 더 싼게 있었겠지만
친구나 나나 귀찮은건 질색이라 그냥 구관이 명관, 도시락으로 결정.
이벤트로 1일 2500원에 쓸 수 있다. 원래 이 가격이었나 싶긴한데..
요번에는 특이하게 편도로 항공권을 끊었다.
시간이나 가격대를 보니 여러모로 조합해서 가는게 편하겠다 싶었거든.
갈 때는 제주항공을 타고, 올 때는 에어부산을 탔다.
에어부산이 1000엔(원 말고) 특가로 떴길래 홀라당 집었는데
막상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그게 그거였다. 1인 왕복 20만원.
김해공항에 바득바득 2시간 전부터 올 필요없다는 걸 깨달았던 참이어서
1시간 반 정도를 남기고 수속장에 도착을 했는데, 아뿔싸.
도쿄와 오키나와행 비행기의 수속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줄이 많이 길었다.
1시간 안에 수속 못 받으면 걍 나가리 아닌가?하는 초짜 티를 다시금 내면서
어찌어찌 수속에 성공. 1시간 정도 남았다.
그간 늘 토요일에 여행을 시작했는데, 여행 시작하고는 사람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저번처럼 쌩 새벽도 아니고 딱 아침 나절이어서 그랬나보다.
이번에는 면세를 안 샀다..기 보단 못 샀다.
러쉬를 인터넷면세로 샀어야했는데, 바쁜 와중에 고만 까먹어버렸다. 어흑마이깟.
공항 내 엔제리너스에서 생명수 보급. 친구놈은 메가사이즈 아아.
활주로에서 조금 대기를 타긴 했으나 어찌되었든 비행기 출발!
날씨가 괜찮아서 그랬나 생각보다 덜 흔들렸다. 삿포로 때 생각하면 어우;;
도착은 정시에 했다. 아주 순조로운 비행이었나보다.
물 빼고는 거의 주는게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내식은 당연히 없고.
들고간 아메리카노만 열심히 마셨다.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리타 3터미널에 도착한다.
규모가 작아서 입국수속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도쿄로 가는 교통편을 타려면 2터미널, 내지는 1터미널로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입국수속은 역시나 line by line. 올림픽 앞두고 조금 더 빡세진 세관검사 장면을 볼 수 있었다.
3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가려면 걸어가던가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650m 정도 된다는데 사실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바로 봤으면 타고 갔겠지만
못찾아서 걍 걸어갔다;; 정류장은 도보용 통로 바로 옆에 있다고 한다.
2터미널 향해 흥얼흥얼 걷는 중.
약간 쌀쌀한 기운이 있던 부산과는 딴판으로 도쿄는 우리나라의 9월말~10월초 날씨였다.
햇살이 따갑고 더웠다. 셔츠에 맨투맨만 입고 있었는데도 얼굴에 땀이 줄줄 났다.
혹시나해서 챙겨온 재킷이며 바람막이는 여행 내내 한 번도 입지 않았다.
2터미널에 도착. 버스든 기차든 여기서 표를 끊어야 한다.
마침 입구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매표소가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교통권은 두 가지였다.
1. 나리타 스카이액세스 특급 - 공항에서 숙소인 아사쿠사로 갈 수 있는 철도
2. '스카이라이너 편도권+도쿄 서브웨이 티켓 3일권' - 공항으로 돌아올 때 탈 철도& 시내관광에 쓸 티켓
1번은 1290엔. 2번은 3500엔.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라고 검색하면 다른 블로거분들이 친절하게 설명해놨을테니 잘 찾아보시길.
어차피 요번에 엔화도 환전을 좀 더 한데다 환율이 계속 들쭉날쭉한 상황이었고
딱히 한국에서 구매한다고 할인이 되는 구성도 아니라서 미친척하고 현장구매를 하기로 했다.
스카이액세스 특급이 숙소로 바로 가는 건 좋은데 한 시간에 두 대 정도 밖에 없다는게 단점이었다.
사이트 시간표에 적힌 2시 7분과 47분차를 놓고
야 이거 일정상 47분차 탈 수 밖에 없겠구만 하면서 일정을 짜놓았는데
실제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을 보니 2시.
7분안에 역에 도착하면 이래저래 7분차를 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이러니 또 마음이 급해지지. 후다다다닥 교통권을 구입해서 바로 옆에 보이는 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직행.
진짜 캐리어 들고 나르고 별 쑈를 다하면서 플랫폼에 도착하니 시간이 2시 5분.
숨 한 번 크게 돌리고 땀 한 번 닦고나니 2시 7분차가 도착했다.
무려 40분을 이득봤다.
지난번 오사카 라피트 켠왕에 이어 스카이액세스 켠왕까지 성공했다.
'이런 데서는 기깔나게 시간을 맞추네.'
자리에 앉아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그리하야 3시쯤 도착한 도쿄 아사쿠사역.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있어. 이제 숙소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