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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0. 토요일 여행일지(4) - 삿포로 시계탑(부제 : 바둑판 위의 호구)탁마_旅/`18. 3 Hokkaido 2018. 4. 9. 00:11
방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딱 2시 20분.
원래 계획이 2시 30분이었으니 얼추 맞게 움직일 수 있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숙소를 나와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은 시계탑.
유명세에 비해 굉장히 조촐한 관광지라 실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아서,
일부러 시간 많이 안 쓰고 바로 맥주박물관으로 갈 수 있도록 가는 길에 중간 코스로 잡았다.
앞선 사진이 숙소 건너편을 찍은 사진. 이 사진은 숙소를 찍은 사진.
다시보니 숙소가 꽤 크구나..
길에는 눈을 다 치워놔서 거의 눈이 없었다.
대신 옆으로 눈을 밀어놓아서 저런식으로 눈이 갓길에 잔뜩 쌓여 빙판이 되었다.
삿포로의 유명 스팟 중 하나인 TV탑(테레비 타워).
보통 저녁에 보러온다는데 먼저 오도리공원을 지나가다 보이길래 인사 겸 한 컷.
마침 눈 축제가 끝난 뒤여서 공원에 저렇게 눈을 치우려고 쌓아놓고 있었다.
저 눈들이 되게 복슬복슬해보이지만 실상은 녹다 굳었다를 반복해서 돌마냥 빡빡한 애들이 대부분이다.
궁금해서 밟아보면 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햇빛을 덜받은 눈은 아주 끝모르고 푹 들어간다.
이거 땜에 고생한 얘기도 나중에 할 예정이다.
오도리공원에 눈축제 보러 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구만..
표지판이 잘 안보이는데, 밑에 시계탑으로 가는 표지판이 있다.
그리고 제일 위에는 北2西4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이게 삿포로의 바둑판식 도시 구조에서 나온 구획방법이다.
오도리공원을 x축, 삿포로 중심가의 왼편에 있는 작은 강인 소세이가와(創成川)를 y축으로 놓은 좌표평면같은 구조이다.
北2西4라고하면 오도리공원에서 두 블럭 위, 소세이가와에서 4블럭 서쪽에 있는 구획이란 의미이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 찾아보면 이게 뭔가 싶다.
로손이 있는 네거리가 저 사진의 촬영장소에 해당한다.
저런 식으로 만약 어디 갈 일이 있으면 구획을 찾아서 쭉쭉 나가면 된다.
시계탑과의 위치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저건 길을 잘못 든 상태에서 찍은 거다..
이번 여행은 유달리 길을 많이 헤맨 여행이었다. 그 이유로,
첫째, GPS 방향 설정 잘못한 구글 지도.
둘째, 길치면서도 같은 길 두 번 안 가고 자꾸 탐험하려는 본인 성격.
셋째, 삿포로의 도시 구조.
를 들 수 있겠다.
특히 구글 지도의 나침반 기능(나중에 잘못된거 알고 다시 하려고 해도 어딨는지 못찾아서 못했다;;)이 완전히 맛이 가서
구글 지도 따라 걷고 있으면 완전히 90도 돌아간 방향으로 사람을 인도하는 등 별 개수작을 다 부렸다.
덕분에 헤맨 시간만 합해도 여행을 새로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삿포로가 무슨 죄야.. 여행 둘째날이 다 되어서야 삿포로의 도시 구조를 이해한 이 길치가 문제지..
지금 생각하면 저 간단한 걸 왜 나만 이해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 막..
어쨌든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시계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 아주 단촐하다. 저게 땡이다.
내부를 들어갈 수도 있긴 한데 유료인데다 뭐가 있겠나 싶어서 그냥 외관만 둘러보았다.
저 시계는 고장난 적이 없다나뭐라나..
크리스마스였으면 저 틀에 장식에서 빛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시계탑 관광은 예상대로 그렇게 긴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바둑판 위에 호구잡힌 돌처럼 정처없이 돌아다닌게 이번 여행의 포인트☆였고,
그 호구의 절정이 첫날 바로 터져버렸다.
원래 시계탑에서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가려면 시계탑 앞에서 88버스를 타면 된다.
(구글지도에는 안나오니 주의! 자세한 내용은 다른 블로그로!)
그런데 88버스는 시계탑에서 삿포로역을 돌아서
다시 시계탑의 바로 옆에 있는 키타이치죠(北1条) 정류장을 지나가는 코스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뭐하러 돌아가는 버스를 타겠나, 건너 있는 빠르게 갈 수 있는 정류장으로 가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당연한, 지금보면 안일한 생각으로 키타이치죠 정류장을 찾아나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키타이치죠 정류장이 있는 도로를 막고 공사가 진행되는 중이어서
내 눈에는 그 도로가 보이지 않았고, 때문에 분명히 있어야할 키타이치죠 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근데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테니까 찾다보면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그 주변을 맴돌고 다닌 것이다.
(그 때만 생각하면 속에 천불이 나서 직접 그린 경로도)
파란색이 키타이치죠 정류장
검은 표시는 공사중이라 막혀있던 도로 상황(통제된게 아니라 좁게나마 걸어다닐 수 있었다)
녹색 선은 정상적으로 갈 경우의 경로
빨간 선이 본인이 다닌 경로(!). 물론 새중간에 왔다갔다한 건 제외하고 표시한 경로다.
덕분에 오도리역 입구도 보고 멀찌기 삿포로역도 보고 한 시간 가까이 헤매면서 별 쇼를 다했다.
그 날따라 날이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볼때기는 벌겋게 얼질 않나, 손톱 밑이 터져나가질 않나,
삿포로 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는 고픈데 너무 지쳐서 밥생각도 나지 않아서
나중에는 편의점에서 오후의 홍차 하나 사서 그거 쭉쭉 빨면서 버텼다..
삿포로가 날씨만큼이나 매콤한 동네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푸닥거리를 하고 나서야 키타이치죠 정류장을 찾을 수가 있었다.
표 왼쪽이 그 츄오88버스의 시간표이다.
버스가 매 시각 10, 30, 50분에 온다는 소리이다.
심지어 내가 탈 때는 그마저도 늦게옴....
이거 찍은 시간이 3시 55분(!)이었으니 말 그대로 5분 빨리 가려다 50분 늦어버린 여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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