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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4 월요일 여행일지(2) - 텐진바시스지, 타카마 소바탁마_旅/`17. 4 Osaka 2018. 1. 2. 14:40
6. 텐진바시스지 상점가에는 먹거리가 많다. 특히 가벼운 먹거리들이 많이 보여서 다행. 일단 시작은 ucc커피를 파는 카페의 토스트세트로. 카페에 금연석이 없다는게 슬프다.
→ 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역이었나에 내리면 텐진바시스지 상점가를 갈 수 있다. 또 주유패스로 갈 수 있어서 많이 찾는 주택박물관이 역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다. 가실 분들은 같이 묶어서 보면 일정이 충분해지지 않을까. 상점가는 굉-장히 길다. 로쿠초메(六町目)라는게 6번가란 뜻인데 바꿔말하면 1번가부터 쭈욱 이어진 거리가 죄다 상점가라는 소리다. 한 5km 된다나? 길게 뻗은 길 옆으로 식당부터 약국, 잡화점, 파칭코까지 자잘한 가게들이 많았다. 아침 시간이라 막 문을 열기 시작한 집들이 많아서 우선 한 바퀴 가볍게 탐색을 하면서 어디를 갈지 봐두었다. 스테이크 덮밥, 소바, 초밥 등등 눈에 들어오는 가게들이 다 괜찮아보였다. 난바처럼 너무 복잡하지도 않고, 너무 관광지스럽지도 않은 로컬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우선 몸이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난리치길래 UCC커피를 판다는, 꽤 간판을 고풍스럽게 디자인한 카페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먼저 느껴지는 건 담배냄새;; 아직까지도 흡연에 대해 관대한 편이라 그런가보다, 이 시간에 카페에 올 사람은 없겠지라고 생각해서 그냥 테이블 잡고 앉아서 커피 세트(커피+식빵+삶은 달걀)를 주문했는데, 얼씨구, 아저씨들이 한 명씩 들어오더니 테이블 하나를 잡고 앉아 익숙한 자세로 신문을 턱 펼치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내가 커피 마시러 왔지, 연기 마시러 온 건 아니니 주인 아주머니한테 금연석 있냐고 물어보자 없댄다. 그럼 나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러시랜다. 2층으로 올라갔다. 참고로 연기는 피어‘오른다’... 그래도 연기를 직접 맡지는 않아서 좀 나았다. 주문한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본 커피 특유의 강한 향으로 피로를 달랬다. 카페들이 아침에는 가볍게 먹을 것도 파는 모양이었다. 식빵이나 계란은 그냥 그 맛이었다.
7. 한 개 70엔하는 고로케를 먹었다. 달다구리한게 고구마를 넣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텐진바시스지에서 유명한 먹거리가 뭐가 있는가 찾아봤는데, 뜬금없이 고로케가 나왔다. 뭐 고로케 좋아하니까 하면서 길을 걷는데, 이게 도통 어디 있는지를 찾을 수가 없다. 분명 큰 길가에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1번가인가 2번가인가까지 걷고 나서야 아케이드 입구에 사람 몇 명이 모여있는 고로케 가게를 볼 수 있었다. 가게라기 보단 노점에 가까운 형태였는데, 고로케뿐만 아니라 튀길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다 파는 느낌이었다. 기억엔 스팸 튀김 이런 것도 메뉴에 있었던 것 같았다. 배가 그렇게 고프진 않아서 70엔짜리 고로케를 2개 주문해서 먹어봤다. 우리나라 빵집에서 파는 둥그런 야채고로케가 아니라 얄팍한 해쉬브라운 느낌의 비주얼이었다. 근데 막상 먹어보니 고구마 같은 달달한 맛이 느껴졌다. 고구마 고로케였나.
8. 걷는 길에 소바집이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11시부터 장사를 한다고 해서 나옴. 가게가 음침하고 담배냄새도 심해서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안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큰 결심하고 들어간 소바가게인데 이렇게 소바를 포기할 수는 없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슐랭 1스타에 빛나는 소바집이 근처에 있다고 했다. 내가 살다살다 이렇게 미슐랭 식사를 해보나 싶은 생각에 냉큼 이동했다.
→ 간식은 간식이고 슬슬 점심시간이 돌아오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서 무엇을 먹을지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고 왔다. 대충 보이는 데서 먹지 하고 한바퀴를 둘러보았다. 왠지 '일식(말 그대로)'을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소바가 땡기기 시작했다. 소바집을 찾아보려는데 마땅한 집이 없었다. 소바를 파는 곳이 있긴 했지만 무슨 기사식당같이 이것저것 다 파는 집이라 좀 못 미더웠다. 그러다 소바라고 써놓은 집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장사시간이 아니라고 사람을 돌려보냈다. 한 15분 남았나 그랬는데 그 쯤 되면 그냥 쫓아낸 수준이다. 애초에 가게에 담배냄새가 너무 심해서 오라고 해도 못 들어갈 수준이었다. 결국 다시 나와 인터넷만 하염없이 뒤지는데, 어? 미슐랭 1스타짜리 소바집이 이 동네 근처에 있다고? 11시 오픈이라고? 오늘 휴무도 아니네?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슐랭 밥집 가는거야? 하는 의아함을 잔뜩 품고 아케이드를 나와 뒷편으로 이동했다. 가게 이름은 타카마. 나무로 벽을 짜놔서 안을 볼 수 없는 구조였다. 문도 없다 그러면 진짜 없다고 생각될 만큼 경계가 모호했다. 가게 크기나 위치만 놓고 보면 뭐 이런 가게가 미슐랭이야 싶었다. 그런데 오픈 시간이 안됐는데 벌써 사람 한 팀이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진짜인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8. 타카마 소바에 처음 들어왔을 때 느낌은 앗, 잘못들어왔나. 자리가 8석짜리 테이블 달랑 하나인데다가 손님을 아무나 막 앉힌다. 합석도 이런 합석이 없다. 내가 오죽하면 앞 사람에게 여기 타카마소바 맞냐고 되물어볼 정도였다. 소바는 자루소바가 950엔. 소바라고 생각하면 비싼 축이지만, 미슐랭이라고 생각하면 또 싸다고 해야하려나. 내 앞에는 젊고 건장한 일본 남성분이, 옆에는 분홍색 셔츠를 입은 할아버지가 앉아계신다. 8자리 테이블은 들어온 지 5분만에 만석이 되었다. 메밀차를 주는데 메밀향이 강하다.
→ 가게에 들어가서 자리 안내를 받았는데, 그 자리가 테이블 구석 자리였다. 설마 합석을 해야하나 했는데,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엇 합석이다,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8자리 만석. 자리가 순식간에 찬 것도 모자라 가게 밖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앞에는 짧은 턱수염이 멋들어진 건장한 남성이 있었다. 블로그에는 일반 식당처럼 4인석도 있고 했는데, 상상한 것하고 너무 달라서 순간 '옆 가게에 잘못 들어온건가?'하는 착각까지 해서 그 턱수염 형님한테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 자리는 아마 예약석인 모양이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실망하면 골치 많이 아파진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난하게 자루소바를 시켰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튀김도 시켰어야 했다. 아니, 그냥 맛나보이면 주문했어야했다.
9. 소바는 평소 먹던 소바와는 다르게 뭐랄까 면이 쫄깃한 느낌이 거의 없고 퍼석하게 씹히는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은 좋았다. 가게의 특징이라면 모르는 사람끼리 다닥다닥 앉은 모양새라 굉장히 조용하고 경건하게 먹어야한다는 점. 보통 국수는 먹으면서 소리가 나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럴 엄두가 차마 나지 않았다. 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찍어먹는 자루소바말고도 소바에 소금만 살짝씩 뿌려서 먹는다던지, 간 무를 얹고 간장을 부어 먹는 방식도 있었다. 이 집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소바를 다 먹을때쯤 주는 면수(そば湯, 소바유)였다. 이걸 남은 쯔유에 부어먹는데 진짜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가게를 둘러봐도 미슐랭 표시가 아무데도 없어서 의아했지만 맛은 좋았다.
→ 그렇게 주문 받은 소바는 색깔이 아주 연한 회색의 면이었다. 쯔유는 진한 검은색으로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면은 슴슴한 맛이 있으면서도 메밀향이 느껴졌다. 쯔유는 확실히 우리나라 것보다는 짠 느낌이 강했다. 와사비도 약간 주는데 먹던 중간에 묘하게 느끼해서 그냥 다 풀어버렸다. 면의 식감은 냉면이나 우리나라 소바의 그것과는 달리 씹는대로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소리를 내서 먹기가 오히려 어려운상황. 게다가 8인이 무슨 도서관 마냥 소바 판을 향해 얼굴을 숙이고 조용히 우물거리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웃음이 나올만한 상황같기도 했다. 내 앞에 있는 형님은 생면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 먹었고, 내 옆의 할아버지는 면에 간 무를 얹고 간장을 조금씩 뿌려서 드셨다. 역시 본고장 스타일인가 내심 놀랐다. 제일 부러운 건 튀김 시켜서 먹는 사람. 어쨌든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이 와서는 주전자 하나를 주고 간다. 면 삶은 물이니 쯔유에 부어먹으란다. 그런데 어 이거 괜찮다. 따뜻하면서도 전분느낌이 있어 속에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학교 다닐 때 자주 갔던 모 냉면 집이 물 대신 면수를 줬었는데, 거기에 간장을 살짝 타서 먹었던 딱 그 느낌이었다. 말을 안해주면 미슐랭이라고는 절대 모를 가게, 시스템만 놓고보면 이게 무슨 도서관이냐고 할만한 그런 가게였지만, 먹고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든 생각은, '그럴만 하네'였다. 그렇게 다시 쪼이는 햇볕을 뚫고 아케이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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