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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2. 월요일 여행일지(3) - 요이치 닛카 위스키 박물관탁마_旅/`18. 3 Hokkaido 2018. 7. 10. 21:35
다시 차에 올라 요이치로 이동했다.
산길이 워낙 굽이굽이 험한데다 길까지 눈길이라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천만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중에 노래 들으면서 갔는데 갑자기 노래가 끊기길래 보니까 아예 인터넷 자체가 먹통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와이파이 에그를 보는데, 에그머니나..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통신 권외(圈外) 지역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전파조차 잡히지 않는 완전 산골을 달리고 있었다는 것..
그래도 한 시간 정도 달리고 나니 어느정도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간에 마지막 목적지였던 오타루를 그냥 지나서 간 게 함정.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홋카이도의 동쪽 바다, 그러니까 태평양이 눈 앞에 보였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가까이서 본 태평양이 아니었을까 싶다.
거의 두시가 다 되어서 도착한 위스키 박물관.
눈이 한 가득 쌓여있어 이동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박물관 초입에서 맞아주는 증류기.
닛카 마크가 찍힌 오크통.
'그 아저씨'의 스테인드 글라스.
걍 스스키노에 있던 게 겁나 화려한 거였구만.
이건 담아둔 위스키가 시간에 따라 숙성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통이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 수록 숙성 기간이 긴 것을 볼 수 있는데,
15년 숙성된 위스키는 그 양이 처음의 절반정도로 줄어들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오래 숙성된 위스키는 양 자체가 적으니 귀할 수 밖에..
위 사진의 아저씨가 바로 닛카 위스키의 설립자인 타케츠루 마사타카 씨이다.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서 스코틀랜드 유학을 갔다가 위스키에 매료된 이후 자국에도 위스키를 전파하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와 스코틀랜드와 같은 위도에 있던 요이치 지역에 위스키 증류소를 세우면서
지금의 닛카 위스키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위스키 제조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 과수원의 사과를 이용한 사과주스를 만들어 팔았는데
그래서 닛카(日果)라는 회사명도 '일본의 과즙'이란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와 별개로 타케츠루 씨는 스코틀랜드 출신 부인을 둘 만큼 개방적이고,
취미로 사냥이나 골프를 즐기는 등 그 당시로서는 꽤나 귀족적인 삶을 사셨던 모양.
현재는 비단 닛카 블랙만 유명한게 아니라, '타케츠루', '요이치'같은 제품도 출시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어찌보면 닛카의 시초인 애플와인도 여기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박물관 구경을 마치면,
이 박물관에 온 진짜배기 이유를 위해 이동한다.
바로 위스키 시음.
시음장에 들어가면 먼저 저렇게 본인의 이름과 나이를 적어서 제출해야한다.
만에 하나 미성년이라던가 차량 운전자가 마시겠다고 달려들면 곤란하니까..
시음 제품은 총 3가지. 왼쪽부터 애플와인, 슈퍼닛카, 요이치
뒤에 종이컵은 사과주스랑 우롱차
위스키는 한 번씩만 시음이 가능하지만 사과주스와 우롱차는 리필이 가능하다.
각각의 느낌을 기록한 내용을 보니까 이렇게 적혀있다.
-애플와인(하이볼) : 알콜기가 있는 물에 사과향이 들어간 느낌.
그래도 도수가 22도라고 한 잔 마시니 벌써 얼떨떨해지는 느낌이다.
-슈퍼닛카(하이볼) : 향을 맡아보면 '나 위스키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강한 향이 난다.
탄산수를 너무 많이 타는 바람에 좀 밍밍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마시고 난 다음 훅 올라오는 위스키향은 40도가 넘는 위스키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이치(미즈와리, 물타서) : 향만 맡아도 취한다.
빛깔은 아주 연한데 '독하다'는 느낌이 든다. 온더락으로 마셨다가는 훅 갈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사과주스 : 이게 제일 맛있다.(;;;)
푸른 하늘을 보면서 위스키 한 잔을 하고 있노라니 뭔가 마음이 들뜨면서 넉넉해진 느낌이 들었다.
현실은 과자 하나 앞에두고 주접인데..
이 박물관이 무서운게 사람을 위스키 시음으로 취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 나타나는 곳이 기념품샵이라는 점이었다.
약간 알딸딸하게 기분이 업되다 보니 뭐가 됐든 사고 싶어진다.
결국 나도 컵받침하고 위스키 초콜릿(실제 도수 1도짜리)을 샀다.
위스키가 더 많이 들어간 생초콜릿 같은 것도 있고, 아예 미니 위스키 같은 것도 팔고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사가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요이치 박물관까지 다녀왔다.
다녀와서 든 생각은 '혼자 갔으면 후회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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